축구
[유로 2012] 제라드, 램파드 빠지자 ‘삼사자 군단’ 중심으로 우뚝
'축구 종가' 잉글랜드 대표팀의 오랜 숙제가 풀렸다. 얘기치 않은 부상이 해답을 줬다. 잉글랜드는 스티븐 제라드(32·리버풀)와 프랭크 램파드(34·첼시)라는 두 명의 걸출한 미드필더를 보유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투지 넘치고 공격 가담이 좋다. 서로의 소속팀에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둘 중 하나는 희생을 해야 했다. ‘1+1’은 ‘2’가 아니었다. 둘이 함께 뛰면 불협화음이 생겼다. 서로 성향 때문에 엇박자가 나기 일쑤였다. 잉글랜드 감독들은 1999년부터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별명)에 이름을 올렸던 램파드와 2000년부터 발탁된 제라드의 조합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희생하는 쪽은 제라드였다. 그가 램파드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라드는 데이비드 베컴이 대표팀에서 빠지자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기도 했다. 로이 호지슨 감독이 부임하고 유로 2012를 준비하면서도 비슷했다. 램파드가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다. 제라드는 그를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램파드가 지난달 30일 훈련 도중 오른 허벅지 부상을 당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호지슨 감독은 부랴부랴 제라드를 중심에 놓고 판을 다시 그렸다. 제라드의 뒤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하는 스콧 파커(32·토트넘)가 지켰다. 유로 2012 조별리그 세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었다. 제라드는 호지슨 감독이 구상하는 역습 중심 축구에 중심이 됐다. 잉글랜드의 빠른 공격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제라드는 프랑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1-1무)와 스웨덴과 두 번째 경기(3-2승)에서 연속으로 도움을 기록했다. 프랑스 전에서는 프리킥에서 졸리온 레스콧의 헤딩골을 도왔고, 스웨덴 전에서는 앤디 캐롤의 머리로 공을 정확히 전달했다.그리고 20일 도네츠크 돈바스 경기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경기에서도 강력한 오른발 크로스로 웨인 루니(27·맨유)의 결승골을 도왔다. 제라드는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수 두 명을 가볍게 따돌리고 루니의 골을 만들었다. 제라드는 경기 내내 루니의 머리를 보고 공을 띄워줬다. 그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루니가 팀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후반 3분 경기 내내 부진했던 루니는 제라드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었다. 잉글랜드는 우크라이나를 1-0으로 꺾었다. 2승 1무를 기록한 잉글랜드는 D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경기를 마치고 제라드는 “(부상자가 많았기 때문에) 아무도 잉글랜드가 이런 성적을 낼지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잉글랜드는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잉글랜드는 25일 키예프 올림픽 경기장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8강전을 치른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사진=KBS n 스포츠 캡쳐
2012.06.20 08:05